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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ne is better than perfect
    시작점 2021. 3. 2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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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성 스토커

     

    방금 전까지의 저는 안정성 스토커였습니다.

     

    그런 사람 있잖아요.

    이런 코로나 시국엔 카페에서 잠깐 마스크 내리고 커피 한 잔 하는 데도 많은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요.

    그 찰나에 바이러스가 나를 파고들까 봐.

     

    이건 시작에 불과하죠.

     

    • 자기소개서를 스기 전에 스크랩한 기업의 정보란 정보는 다 뒤져보고요. (야근 싫어, 회식 싫어, 꼰대 회사 싫어)
    • 물건을 사기 전엔 모든 브랜드의 제품을 다 비교해 보고 삽니다. 제품 후기 블로그만 수십 페이지씩 읽어요.
    • 메일을 보내기 전에는 작성한 메일 내용, 수신처(심시어 수신처의 순서에도 집착함), 첨부 파일까지 세 번은 확인해야 비로소 [보내기] 버튼을 누를 수 있어요. (문제는 그렇게 체크하고 보냈는데도 괜시리 찝찝해 하기도 해요.)
    • 집 문을 분명히 잘 닫고 나왔는데도 찝찝해서 돌아가서 확인해야 발걸음이 떨어지고요.
    • 잠들기 전에 알람이 제대로 맞춰졌는지(오후로 맞춰지진 않았는지...) 몇 번씩 확인합니다.
    • 약속 장소에 10분 이상은 일찍 도착해야 마음이 편안해요.

    돌다리를 10,000번 두드리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미심쩍은 느낌이 들었다면 건너지 않는 사람.

    "안정적인" 상태에 미친 사람.

     

    그게 바로 접니다.

     

    출근하면서 "아......출근하기 싫어. 죽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면서

    현실은 죽을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사는 그런 인간이요.

     


    마인드가 이렇다 보니 저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아주 중요한 것까지 모두 안전하다고 믿는 길로만 걸어왔어요.

     

    서울 4년제 대학을 나오는 게 취업엔 안전하다고 해서 서울 4년제 대학을 열심히 다녔고요.

    OO과를 나오는 게 취업이 더 쉽다고 해서 적성, 관심 개무시하고 OO과를 졸업했습니다.

    (취업이 쉽다고? 아니더라고요. 아, 맞다. 저는 문과 - 인문대 코스 성골이에요. 취업은 이과 - 공대 코스가 넘사인 거 같아요.)

     

    졸업을 했다면 회사를 열심히 다니는 게 안전하다고 해서 회사를 8년째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심지어 8년 내내 지각 0회에 빛나는 성실함을 뽐내면서 말이죠.

     

    또 돈을 벌면 열심히 저축하는 게 안전하다길래 월급이 작고 귀여운 탓에 손톱만큼의 금액을 열심히 적금을 부어 왔습니다.


    타고난 금수저가 아니라면 셀프 금수저라도...

     

    그런데 최근 "안정적인 상태"에 집착하는 저를 위협하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하나는 "비록 손톱만큼식이었지만 열심히 적금을 부었음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산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였고.

    다른 하나는 "난 60세까지 일하며 소박한 자산이나마 계속 모아갈 수 있을까?" 였어요.

     

    두 개로 나누긴 했지만 결국 핵심은 '돈 걱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놀랍도록 두 질문에 대한 답은 모두 'No.'였어요.

    그것도 아주 명확한, 의심의 여지가 없는 'No.'

     

    저처럼 직장 생활을 7~8년쯤 하신 분들은 모두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누구는 집을 샀대. 그런데 그 집값이 세 달만에 1억이 올랐대.

    누구는 부모님이 집을 사 줬대.

    누구는 성과급이 얼마 나와서 차 바꿨대.

    (저도 여기에 해당되는 거 하나도 없어요. 아........ㅅㅂ)

     

    이런 썰을 들으면 돈에 대한 자괴감이 생기고, 고민이 깊어지죠.

     

    그럴 때마다 금수저로 태어나 돈 걱정 없이 살아 보고 싶다고 9,987,156,597번은 생각한 거 같아요. (엄마, 아빠 미안....)

    그런데 뭐 이제 와서 어쩌겠어요.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갈 순 없잖아요.

     

    그래서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했다면 셀프로 금수저라도 돼 보고 싶더라고요.


    못 먹어도 GO

     

    저는 적금만으로는 부자가 되지 못할 테고, 저희 회사는 저를 60까지 고용해 주지 않을 거라고 확신해요.

    사실 몰랐던 건 아닌데 그동안은 팩트를 외면하려고 해 왔던 거죠. 생각만으로도 무서우니까.

     

    그런데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나니, 마음이 급해지고 뭐라도 해야겠고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뭐라도 해 보기로 했습니다.

     

    뭘 했냐고요?

     

    일단 이 블로그에 이 글을 쓰는 것부터가 저로서는 떡락 중인 비트코인에 전재산을 올인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용기와 결심이 필요한 일이에요.

    그 외에도 다양한 것들을 하기 시작했는데, 앞으로 하나씩 천천히 이곳을 통해 제 일상을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아무도 안 봐도, 뭐 나중에 저라도 뿌듯해 하면서 읽으면 그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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